19년 만의 감격적인 한국시리즈 승리, 그 중심에 스물한 살의 투수 김서현이 있었다. 그는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되며 팀의 7-3 역전승을 이끌었다. 한화 이글스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서 승리한 것은 무려 6946일 전인 2006년 10월 23일. 기나긴 세월을 끊어내는 역사적인 승리의 주인공이 된 김서현은 경기 후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터져 나온 듯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그 눈물은 단순한 승리의 기쁨을 넘어, 깊은 부진의 터널을 지나 마침내 스스로 일어선 한 젊은 선수의 안도와 회한이 담긴 감격의 증표였다.

 

이날 경기는 김서현에게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1-2로 뒤진 8회초 1사 1,3루의 절체절명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그는 오스틴 딘을 상대로 힘 있는 투구를 이어갔다. 하지만 타자의 머리 쪽으로 향하는 치명적인 폭투를 던지며 3루 주자의 득점을 허용, 스코어는 1-3으로 벌어졌다. 팀의 패색이 짙어지는 최악의 상황이었으나, 김서현은 흔들리지 않고 후속 타자들을 범타 처리하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했다. 그의 분투에 타선이 응답했다. 8회말, 한화 타선이 폭발하며 6득점 빅이닝을 만들었고 경기는 순식간에 7-3으로 뒤집혔다. 9회 다시 마운드에 오른 그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병살타로 잡아내며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서현은 그동안 겪었던 극심한 슬럼프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지난 10월 1일 SSG전 이후 자신감을 완전히 잃고 야구장에서 위축됐던 날들이 이어졌다고 고백했다.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동점 스리런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그를 향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고, 오히려 다음 경기 마무리로 예고하며 힘을 실어주었다. 동료들 역시 "너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주눅들 필요 없다"는 말로 끊임없이 그를 응원했다.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감독과 동료들의 격려가 있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며 주변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의 마음고생은 동료 문동주와의 관계에서도 드러났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문동주가 세이브 상황에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했을 때, 마무리 투수로서 자존심이 상하고 서운한 감정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부진을 인정하고, 훌륭한 투구를 보여준 동료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문동주가 팀을 위기에서 구해준 덕분에 자신에게 다시 기회가 생길 수 있었다는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승리투수가 된 것보다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했다며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그의 말처럼, 김서현은 개인의 기록을 넘어 팀의 승리를 통해 비로소 길었던 부진의 사슬을 끊고 자신감을 되찾는 값진 선물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