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의 화재로 촉발된 사상 초유의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가 11월 셋째 주를 기점으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전체 행정정보 시스템 709개 중 89%에 달하는 631개의 복구가 완료되었음을 공식 확인하며, 남은 시스템 역시 11월 셋째 주까지 모두 정상화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 시점을 제시했다. 정부의 이러한 발표는 전산망 마비로 인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었던 국민들에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하는 동시에, 과연 정부가 약속한 시간 내에 모든 시스템을 완벽하게 복구하고 디지털 정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남기고 있다. 특히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1등급 시스템은 100% 복구되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78개의 시스템이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아직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정부는 남은 시스템의 조속한 복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복구가 진행 중인 78개 시스템 중 64개는 화재가 발생했던 대전센터에서 복구 작업이 계속되고 있으며, 나머지 시스템은 대구센터의 민간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민신문고'와 국가유공자들의 명예를 지키는 '통합보훈' 시스템이 정상화되었고,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국민비서알림서비스'와 재난 상황을 신속하게 전파하는 '안전디딤돌' 역시 기능을 회복했다. 이는 단순한 시스템 복구를 넘어, 국민과의 소통 창구를 다시 열고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를 이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대전센터에 여전히 64개의 복구 대상 시스템이 남아있다는 점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노후화된 인프라와 관리 부실 문제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임시방편적인 복구가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정부는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대전센터 복구를 위해 이미 1차 예비비로 1521억 원을 확보했으며, 대구센터로의 시스템 이전을 위한 2차 예비비 확보를 위해 재정당국과 협의에 들어갔다. 이는 단순한 복구 비용을 넘어, 이번 사태로 인해 무너진 디지털 정부의 신뢰를 다시 쌓기 위한 값비싼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윤호중 장관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시스템 복구의 차원을 넘어, 디지털 정부의 기반을 더욱 견고히 하고 안정성과 효율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 행정정보시스템 인프라의 근본적인 재설계를 통해 내실 있는 인공지능(AI) 민주 정부를 구축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정부의 다짐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져 국민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정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디지털 시대에 정부가 가져야 할 책임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부는 약속한 11월 셋째 주까지 모든 시스템을 완벽하게 복구하여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하는 단기적인 과제와 함께,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노후화된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개선하고, 데이터 백업 및 재난 복구 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장기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민주 정부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기 전에,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본적인 행정 서비스부터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뼈를 깎는 성찰과 혁신을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국민 모두가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