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로 배우는 생존수영, 세월호의 교훈은 어디로 갔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2014년 도입된 초등 생존수영 의무 교육이 12년째 겉돌고 있다. 학생들의 수상 안전사고 대처 능력을 기른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교육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인프라 부족, 안전사고 책임 부담, 학생들의 참여 거부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히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가장 큰 문제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영장 시설이다. 2025년 기준 전국 6,300여 개 초등학교 중 자체 수영장을 보유한 곳은 2%에도 미치지 못하는 122곳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대다수 학교는 원거리의 사설 수영장을 임차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교육 자체가 파행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동에만 2시간 가까이 소요되고 실제 교육은 30분 남짓에 그치는 비효율이 반복되고 있다.

인프라 문제에 더해 교사들에게 집중되는 안전사고 책임은 교육 활동을 위축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2022년 현장학습 중 발생한 사고로 담임교사에게 유죄가 선고된 이후, 교사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심정이라고 토로한다. 학생 인솔부터 이동, 환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잠재적 사고의 책임이 교사에게 전가되는 구조 속에서 적극적인 교육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 변화도 생존수영 교육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춘기가 빨라지면서 신체 노출에 민감한 학생들이 공용 탈의실과 샤워실 사용을 꺼리며 수업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학부모들 역시 자녀의 정서적 부담을 이유로 수업 불참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의무 교육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 난국 속에 학교 현장에서는 '물 없는 생존수영'이라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수영장 대신 교실에서 VR(가상현실) 기기를 쓰고 수영 동작을 흉내 내거나, 안전 수칙 이론 교육으로 실습 시간을 대체하는 방식이다. 이는 생존 기술 습득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행정 편의주의적 보여주기식 교육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교육 현장에서는 학교 주도의 단체 교육을 폐지하고, 학생 개인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생존수영 바우처'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학생 수준별 맞춤 교육이 가능하고, 학부모 동행으로 안전 관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다. 교원 단체들 역시 과도한 행정 업무와 책임 부담을 교사에게 떠넘기는 현재의 방식은 한계에 부딪혔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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