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잡겠다면서…'차량 2부제'의 초라한 절감 효과
정부가 원유 위기경보 격상에 대응한다며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한 차량 2부제(홀짝제)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하지만 민간 부문은 자율에 맡기고, 각종 예외 조항으로 가득해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비판이 시행 전부터 거세게 일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동참을 호소하면서도, 정작 책임은 공무원에게만 지우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8일부터 전국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차량 2부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홀수일에는 차량 번호 끝자리가 홀수인 차만, 짝수일에는 짝수인 차만 운행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조치다. 이와 함께 전국의 공영주차장에서는 민간 차량을 대상으로 요일별 끝 번호 운행을 제한하는 5부제를 시행한다.
하지만 정책의 실효성은 시작부터 의문 부호가 붙는다. 2부제 적용 대상인 공공기관 차량 중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와 장애인, 임산부 탑승 차량 등 약 25%가 예외로 인정된다. 공영주차장 5부제 역시 생계형 차량, 특수목적 차량 등은 물론, 지자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전통시장이나 관광지 인근 주차장을 통째로 예외로 둘 수 있어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정부가 내세운 석유 소비 절감량 추산치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한 달에 최대 약 11만 배럴의 석유를 아낄 수 있다고 추산했지만, 이는 하루 280만 배럴이 넘는 국내 총 석유 소비량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공영주차장 이용이 막히면 인근 민간 주차장을 이용하는 '풍선효과'는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식 계산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형평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전력 생산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석탄과 LNG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전기차를 운행 제한 대상에서 전면 제외하는 것은 에너지 총량 관리라는 정책 목표와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결국 '내연기관차를 타는 공무원'만 옥죄는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정부가 국민 행동 요령이라며 제시한 '샤워 시간 줄이기', '휴대전화 낮에 충전하기' 등은 에너지 절감 효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공허한 구호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는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타개하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결국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오명만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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