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장 달아오르자 보험부터 깼다
코스피 급등과 맞물려 생명보험 해약이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 투자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면서 보험 해약 환급금도 함께 증가하는 흐름이다. 보장 공백과 노후 대비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22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3대 생명보험사의 해약 환급금은 4조8985억6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조2103억9000만원보다 16.3% 늘어난 규모다. 2023년 1분기 5조9116억3800만원 이후 감소세를 보였던 해약 규모는 지난해 말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시점상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며 급등세를 보인 흐름과도 겹친다.

보험업계는 최근 해약 증가의 배경으로 증시 쏠림 현상을 지목한다. 개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0일 기준 121조8172억6500만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5대 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983조6000억원으로, 4개월 만에 34조원 넘게 줄었다. 예금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증권시장으로 향하는 흐름이 보험권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보험사들은 특히 지난해 12월 이후 해약 증가세가 뚜렷해졌다고 본다. 통상 연초에는 생활자금 수요나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 영향으로 해지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는 증가 폭이 예년보다 크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경기 악화로 보험료를 내지 못해 계약이 실효되는 경우보다, 가입자가 스스로 계약을 해지하고 환급금을 찾아가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 해약이 두드러진 상품은 암보험, 종신보험, 연금보험 등 환급금 규모가 큰 생명보험 상품들이다. 1분기 보장성보험 해약 환급금은 1547억원 늘어 8.1% 증가했고, 저축성보험은 5335억원 증가해 23.2% 늘었다. 환급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실손보험이나 운전자보험 등 손해보험 상품보다, 목돈 마련 기능이 있는 생명보험 상품에서 해약 유인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출 규제 강화도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거론된다. 금융당국이 이른바 ‘빚투’를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뿐 아니라 카드론, 보험계약대출까지 관리 강도를 높이면서, 급전이 필요한 가입자들이 대출 대신 보험 해지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보험 해약이 단순한 자금 이동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금보험이나 저축보험은 일부 투자 대체 성격이 있지만, 암보험·종신보험·질병보험 같은 보장성보험은 해지 즉시 보장 공백이 생긴다. 이후 건강 상태가 악화되거나 연령이 높아지면 재가입이 어렵고, 다시 가입하더라도 보험료 부담이 크게 늘 수 있다.
단기 수익을 좇아 보험을 해지하는 흐름이 확산할 경우, 가계의 의료·노후 안전판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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