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AI 금지', 한국 교육은 역주행?

 디지털 교육의 선구자로 불리던 노르웨이가 초등학교 교실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을 전면 금지하며 교육 정책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만 6세부터 13세까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AI 도구 활용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10대 중반 이후에나 제한적인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는 AI가 아동의 발달 단계에서 필수적인 사고 과정을 생략하게 만든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수십 년간 교실의 디지털화를 이끌어온 국가가 스스로의 정책적 오류를 인정하고 종이책과 필기 중심의 전통적 교육 방식으로 복귀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노르웨이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기술 규제를 넘어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AI 금지와 병행하여 교실 내 종이책 보급을 늘리기 위한 대규모 예산 지원 법안을 추진하며, 태블릿이 점령했던 책상을 다시 종이와 연필로 채우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이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향상되고 교내 괴롭힘이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과도한 디지털화가 오히려 학력 저하의 원인이 되었다는 뼈아픈 성찰이 정책 변화의 핵심 동력이 된 셈이다.특히 주목할 점은 사회적 문제의 책임을 학교나 교사 개인에게 전가하지 않고 법과 제도로 해결하려는 노르웨이 정부의 태도다. 노르웨이는 스마트폰이나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을 학교 밖에서 차단해야 할 사회적 요인으로 규정하고, 16세 미만의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는 등 강력한 외부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과의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비중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한국의 방식과는 대조적이다. 교사가 수업 설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호막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인지과학계 역시 무분별한 AI 도입이 가져올 '인지 부채' 현상을 경고하고 나섰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도구 없이 스스로 과제를 수행한 집단에 비해 AI에 의존한 집단의 뇌 연결망이 현저히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효율성을 높여주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신호다. 한 번 인지 과정을 외주화하는 데 익숙해진 뇌는 도구를 제거하더라도 이전의 독립적인 사고 능력을 즉각 회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이러한 국제적 흐름과 달리 한국 교육 현장은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AI 도구와 콘텐츠를 의무교육 단계에 무차별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효과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보다 보급 실적과 도입 속도에 치중하며 디지털 교과서 사업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현장 교사들은 정책적 요구에 맞춰 콘텐츠를 생산하는 소모품으로 동원되고 있으며, 아이들은 사고하는 힘을 길러야 할 결정적인 시기에 기술에 의존하는 법부터 배우고 있다. 이는 교육의 질적 향상보다는 행정적 성과를 우선시하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노르웨이의 사례는 잘못된 정책을 인정하고 되돌릴 수 있는 용기가 진정한 교육 혁신임을 보여준다. 우리 교육 당국도 발달 단계에 맞는 AI 규제 기준을 마련하고, 기초 문해력 향상을 위해 예산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디지털 기기 보급률에 집착하기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읽고 쓰고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교육 본연의 책무다. 가장 앞서 달리던 나라가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본 이유를 한국 교육계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

브렉시트 10년, 영국은 '총리 무덤' 됐다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그 결과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유례없는 정치적 불안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투표 이후 영국은 무려 7명의 총리가 교체되는 극심한 혼란을 겪었으며, 최근 키어 스타머 총리까지 사임을 발표하면서 국가 운영의 연속성이 완전히 단절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빈번한 정권 교체가 사회 문제에 대한 장기적 해법 마련을 가로막고 있으며, 이는 마치 소설을 집필하는 도중 하드디스크가 반복적으로 삭제되는 것과 같은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진단한다.경제적 타격은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대(對)EU 수출은 약 12% 급감했으며, 거대 경제권과의 단절은 투자 위축과 생산성 저하로 이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단행된 브렉시트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과 맞물려 영국의 성장 동력을 사실상 마비시켰다. 2019년 이후 영국 경제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는 분석은 브렉시트가 가져온 장밋빛 미래가 환상에 불과했음을 방증한다.민심의 변화도 뚜렷하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 국민의 48%가 EU 재가입에 찬성하는 반면, 탈퇴 유지를 지지하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브렉시트에 투표했던 이들조차 현재의 상황을 실패로 규정하며 후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여론 변화는 차기 총리 경선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가장 유력한 후임자로 꼽히는 앤디 버넘 시장이 EU 재가입 논의를 공론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하지만 정치 지형은 여전히 복잡하게 얽혀 있다. EU 재가입 열풍의 이면에는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극우 성향의 영국개혁당(UKIP)이 지방선거에서 약진하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세력이 여전히 강력한 지지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은 영국 사회의 분열이 10년 전보다 더욱 심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재가입을 원하는 다수 여론과 민족주의를 앞세운 극우 세력 간의 충돌은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난해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정부 부채 급증과 공공 서비스 저하 역시 브렉시트의 뼈아픈 부산물이다. 유럽 내 자유로운 인력 이동이 차단되면서 의료와 물류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심각한 인력난이 발생했고, 이는 물가 상승과 시민들의 삶의 질 저하로 직결됐다. 국가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불신이 팽배해지면서,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결국 브렉시트 10주년은 영국에게 성찰과 고통의 시간이 되고 있다. 과감한 개혁을 단행해야 할 시점마다 반복된 정권 교체는 영국의 국제적 위상을 추락시켰고, 경제적 고립은 심화됐다. 차기 총리 선출을 앞둔 영국 사회는 이제 과거의 선택을 되돌릴 것인지, 아니면 고립된 상태에서 새로운 생존 전략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절박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10년 전의 선택이 남긴 상흔은 여전히 영국 전역에 깊게 패여 있다. 

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차별 논란

 HD현대중공업이 직접 고용한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식비를 차별 징수하고 성과급 지급에서도 배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파장이 일고 있다. 전국의 노동·인권 단체들은 23일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1위 조선소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은 반인권적 노무 관리 실태를 강력히 규탄했다. 단체들에 따르면 사측은 정주 노동자에게는 무상으로 제공하는 식사를 이주노동자에게만 월 50만 원 상당의 비용을 공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동일 사업장 내에서 국적을 이유로 기본적인 생존권인 식사권마저 차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차별 논란이 사회적 지탄을 받자 사측이 내놓은 후속 대응은 오히려 갈등을 부추겼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이주노동자들에게 식비를 무상으로 전환하는 대신 기본급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의 새로운 근로계약서 체결을 요구했다. 노동계는 이를 두고 '조삼모사'식 기만행위이자 실질적인 임금 갈취라고 규정했다. 특히 계약 갱신을 앞둔 노동자들에게 서명을 강요하며 불응 시 해고나 재계약 거부를 암시하는 협박이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이주노동자를 일회용 소모품으로 취급한다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성과급 지급 과정에서 나타난 격차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2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급 호황을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고용된 이주노동자 1,600여 명은 단 한 푼의 성과급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직과 사내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수백에서 수천만 원의 성과급을 받는 동안, 현장에서 가장 힘들고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는 이주노동자들만 보상 체계에서 완전히 소외된 셈이다. 이는 단순한 금액의 차이를 넘어 노동의 가치를 국적에 따라 등급화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 요소로 지적된다.정부의 책임론도 거세게 대두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중대 범죄로 규정하며 엄정 대응을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사업장에서 이 같은 조직적 차별이 방치되었다는 비판이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정부가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도입한 특정활동(E-7-3) 비자 제도가 오히려 사업주의 종속성을 강화해 이주노동자들을 현대판 노예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즉각적인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촉구했다.글로벌 인권 규범 위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HD현대중공업의 행태가 유엔의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은 물론, 최근 강화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 등 국제적 기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분석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조선업의 특성상 이러한 인권 리스크는 향후 글로벌 수주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노동계는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국제 노동 기구 등에 제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사측은 이번 임금 체계 개편이 장기 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복지 강화 차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식비 무상 제공과 인센티브 도입을 통해 실질적인 총보상은 상승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또한 계약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며 개선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오는 26일 울산에서의 항의 집회에 이어 7월 5일 전국 규모의 공동행동을 예고하고 있어, 현대중공업발 이주노동자 차별 분쟁은 당분간 멈추지 않고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라운지 보도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