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기업 호남 투자는 협박…합리성 결여"

 이재명 정부가 호남 지역을 차세대 반도체 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식화하자 야권 내에서 거센 반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을 포함한 서남권 메가 프로젝트 가동안을 발표하며 지역 균형 발전의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이번 결정이 특정 지역에 편중된 정치적 안배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이 정국의 핵심 뇌관으로 부상했다.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8일 대구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의 호남 편중 지원책이 영남권에 대한 명백한 역차별이라며 날을 세웠다. 나 의원은 이번 프로젝트가 합리적인 경제적 판단에 근거한 것인지 의구심을 표하며, 대구와 경북 지역의 산업 기반이 소외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특히 그는 정부가 기업의 자율적인 투자 결정을 끌어냈다고 주장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실상 강압에 가까운 설득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나 의원은 반도체 산업의 필수 요소인 전력 수급과 공업용수 확보 측면에서 대구·경북 지역이 훨씬 우월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프라가 이미 구축된 지역을 외면하고 호남에 대규모 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국가 자원의 효율적 배분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그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기존의 산업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정치적 카르텔을 형성하려는 시도라며 헌법적 가치 훼손 가능성까지 언급했다.정치권 일각에서는 나 의원의 이번 행보를 차기 당권 경쟁과 연결 짓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6·3 지방선거 이후 당내 결속이 필요한 시점에서 보수 본산인 대구·경북을 찾아 지역 민심을 결집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나 의원은 전당대회와 무관한 통상적인 소통 행보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내 징계 논란과 지도부 거취 문제에 대해 선명한 입장을 내놓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정부와 여당은 이번 프로젝트가 국가 전체의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직접 사의를 표하며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으며, 이를 통해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영남권 의원들은 정부의 발표 이후 지역구 민심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며 당 차원의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어 당정 간의 온도 차도 감지된다.현재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은 발표 직후부터 지역 감정을 자극하는 정치적 쟁점으로 변질되어 여야 대립의 중심에 서 있다. 나 의원을 비롯한 야권 인사들이 정부의 독주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향후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호남 프로젝트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국책 사업이 지역 홀대론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면서 정책의 본질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정청래·김민석·송영길, 2순위 표심 잡기 총력전

 더불어민주당이 차기 당권을 향한 승부수로 선호투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 번거로운 결선투표 과정을 생략하고, 한 번의 투표로 당선자를 확정 짓는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다. 이는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들을 순위별로 기재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당원들의 다양한 의사를 정교하게 반영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내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절차 간소화를 넘어 후보 간 합종연횡과 전략적 투표를 유도하는 강력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이번 제도 도입으로 인해 정청래, 김민석, 송영길 세 후보의 선거 캠프는 즉각적인 전략 수정에 돌입했다. 기존 방식에서는 1위 득표에만 집중하면 됐으나, 선호투표제하에서는 1순위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탈락자의 2순위 표가 어디로 향하느냐가 당락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선명성을 강조해온 후보일수록 강성 지지층의 1순위 표는 확보하기 쉽지만, 타 후보 지지층으로부터 2순위 선택을 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각 진영은 지지층 결집과 외연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고차방정식을 풀게 되었다.전준위 측은 선호투표제가 당내 통합과 선거 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별도의 결선투표일을 잡지 않아도 투표 당일 최종 승자를 발표할 수 있어 선거 열기가 식기 전에 결과를 확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들은 1순위부터 3순위까지 모두 기입하는 방식이 당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사표를 방지하고 최선의 대안을 찾는 민주적 절차로서 기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 지도부 역시 새로운 실험이 당의 역동성을 살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투표 방식이 특정 후보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만약 1차 투표에서 압도적인 격차로 승부를 내지 못한다면, 2위와 3위 후보 지지층이 연대하여 1위 후보를 역전시키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비주류 후보들의 지지세가 결집하여 2순위 표를 서로 밀어주는 양상이 나타날 경우, 초반 기세가 좋았던 후보가 최종 단계에서 고배를 마시는 이변이 속출할 수 있다. 이는 후보들이 상대 진영을 향해 극단적인 공격을 퍼붓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확장성을 염두에 둔 메시지를 내야 하는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과열되는 경선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한 당 차원의 강력한 규제책도 마련되었다. 전준위는 후보들 간의 인신공격이나 멸칭 사용 등 당의 단합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엄격한 '옐로카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선호투표제가 자칫 후보들 간의 뒷거래나 특정 계파 배제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이학영 전준위원장은 당원들 간의 감정 골이 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비방전이 도를 넘을 경우 당 차원의 징계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선호투표제의 효용성을 검증한 뒤 향후 각종 공직 선거 후보 선출에도 이를 확대 적용할지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각 후보 캠프는 2순위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정책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8월 17일 투표 당일, 한 번의 투표함 개봉으로 결정될 당권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에 정치권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당대표 경선은 이제 단순한 지지율 싸움을 넘어 고도의 수 싸움이 동반된 심리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살해범 장윤기 비호한 경찰, 증거인멸 혐의 심사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의 초동 수사를 지휘했던 경찰 간부가 증거를 고의로 누락시킨 혐의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게 되었다. 광주지방법원은 8일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A 경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했다. 호송차에서 내린 A 경감은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굳게 입을 다문 채 법정으로 향했다. 이번 심사는 단순한 부실 수사를 넘어 경찰 조직이 가해자의 가족과 결탁해 사건의 실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의 정점을 찍는 절차로 평가받는다.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은폐 정황은 충격적이다. 수사팀은 범행 당시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케이블타이를 범행 차량 내에서 발견하고도 이를 압수하지 않고 방치했다. 채증 영상에는 당시 수사 요원들이 해당 물건을 확인하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으나, 정작 수사 기록에는 누락되었다. 이후 검찰이 현직 경찰관인 가해자 부친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결과, 사라졌던 케이블타이 묶음이 그곳에서 발견되었다. 이는 경찰이 범행 도구를 확보하는 대신 가해자 측에 넘겨주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되었다.피해자 유족과 시민단체는 경찰의 이 같은 행태를 '조직적 공범 행위'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영장 심사가 열리는 법원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권력이 범죄자를 비호하기 위해 작동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유족 측은 경찰이 수사관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가해자 가족과 한 몸이 되어 진실을 덮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성범죄 목적의 계획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증거들이 경찰의 방조 아래 인멸되었다는 점에 대해 사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실제로 사건의 핵심 단서였던 훼손된 리얼돌과 피의자 가족들의 휴대전화는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 상태다. 경찰은 초동 수사 단계에서 성범죄 정황을 뒷받침할 리얼돌을 확보하지 않았고, 그 사이 가해자의 부친이 이를 수거해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범행 전후의 행적을 확인할 수 있는 휴대전화 4대 역시 부친에 의해 소각되었다. 수사 기관이 증거 확보의 골든타임을 의도적으로 놓치면서, 결과적으로 가해자 측이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명분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착수했다. 경찰청은 수사 유착 의혹이 불거진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 책임자급 간부들을 포함해 수사팀원 6명을 즉각 대기발령 조치했다. 구속 심사를 받는 A 경감에 대해서는 직위해제 처분을 내리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현직 경찰관인 가해자 부친이 수사 과정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입했는지, 그리고 윗선의 묵인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어 수사 범위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검찰은 확보된 케이블타이와 채증 영상을 바탕으로 A 경감의 범죄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경찰 조직 전반을 향한 수사 강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일탈인지, 아니면 경찰 내부의 고질적인 유착 구조에서 비롯된 참극인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광주지검은 A 경감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증거인멸의 구체적인 경위와 대가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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