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성 대신 천단 택한 중국, 의전은 '실무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년 전 자금성 회동에 이어 이번에는 베이징의 또 다른 상징인 톈탄 공원에서 다시 만났다. 14일 오후 시 주석은 과거 황제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톈탄의 중심 건물 기년전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맞이했다. 양 정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톈탄의 건축 양식을 함께 관람하며 고대 중국의 우주관인 '천원지방'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공유했다. 특히 이번 방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이 동행해 시 주석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시 주석은 관람 도중 2017년 자금성 참관을 언급하며 톈탄과 자금성이 같은 시기에 지어진 건축물임을 강조했다. 그는 톈탄이 만물과 조화를 이루고 하늘의 이치에 순응하는 중국인의 처세 철학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고대 통치자들이 이곳에서 나라의 안녕과 풍요를 빌었던 민본사상을 언급하며, 이를 계승한 중국공산당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고 있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덧붙였다. 이는 문화 유적을 매개로 중국 체제의 정당성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트럼프 대통령은 600년의 역사를 가진 톈탄의 건축미에 경의를 표하며 9년 전 자금성 방문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고 화답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모두 위대한 국가이며 양국 국민 역시 위대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상호 이해를 심화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1975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 이후 51년 만에 이뤄진 미국 대통령의 톈탄 방문은 양국 정상의 개인적 친분과 문화적 교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연출됐다.다만 이번 방문의 형식은 9년 전 집권 1기 당시의 '황제 의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2017년에는 공항에서 자금성으로 직행해 반나절 이상을 보냈던 것과 달리, 이번 톈탄 일정은 약 30분 만에 신속하게 마무리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중국이 자국의 국제적 입지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성대함보다는 실무적인 효율성을 중시하는 '비즈니스형 의전'으로 선회했다고 분석한다. 양국 관계가 과거보다 경직된 상태라는 점도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지목된다.진정한 외교적 승부처는 15일로 예정된 '중난하이' 회동이 될 전망이다. 시 주석은 외국 지도자들을 주로 영접하는 조어대 국빈관 대신, 중국 지도부의 집무실과 관저가 밀집한 권력의 심장부 중난하이로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다. 이는 1972년 마오쩌둥 주석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 만남을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행보로, 중국이 이번 방문을 미중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으려 한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현재 미중 관계는 구질서가 붕괴하고 새로운 질서가 아직 명립되지 않은 혼돈의 시기에 놓여 있다. 톈탄에서의 짧은 만남과 중난하이에서의 심도 있는 회담으로 이어지는 이번 일정은 양국이 갈등을 관리하고 공존의 길을 찾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는 톈탄의 기년전 아래서 나눈 양 정상의 대화가 실제 정책적 합의로 이어질지, 아니면 단순한 외교적 수사에 그칠지 주목하고 있다.

AI 뒤에 숨은 실적주의, 대학 교육 본질 말살하나

 이공계 대학원 교수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을 연구비 확보를 위해 분투하는 중소기업 사장에 비유하는 자조 섞인 농담이 유행한 지 오래다. 연구와 학생 지도라는 본업보다 정부 과제를 따내기 위해 외부로 뛰어다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학원생 급여 상한선까지 인상되면서, 수십 명의 제자를 거느린 교수보다 차라리 자기 공부에만 전념하는 학생의 처지가 더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러한 부담은 결국 교수들이 학생 지도가 필요 없는 정부출연연구소나 기업체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인공지능(AI)은 대학의 교육 기피 현상에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교수들에게 AI는 기초부터 가르쳐야 하고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해야 하는 인간 대학원생보다 훨씬 다루기 쉬운 대체재로 인식된다. 연구 과정의 상당 부분이 반복적인 단순 작업임을 고려할 때, AI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연구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도구다. 결과적으로 학생 없는 연구실이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학술 지형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하지만 AI 시대를 맞이한 대학의 이러한 변화 이면에는 위험한 의도가 숨어 있다. 대학의 본질적인 교육 기능을 외면한 채 단순한 실적 생산 기지로 남으려는 욕망을 AI라는 기술적 필연성으로 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논문을 조립하는 컨베이어 벨트로 변질되는 것은 기술의 발전 때문이 아니라, 교육의 번거로움을 털어내고 성과만 챙기려는 인간의 욕구를 AI라는 방패로 정당화한 결과에 가깝다. 시대적 흐름이라는 핑계는 교육 방치에 대한 면죄부가 되고 있다.본래 대학과 대학원은 지식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다음 세대를 양성하는 전수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된 일부 연구자들은 교육에 들어가는 노력을 불필요한 비용으로 간주한다. 이들에게 AI는 "시대가 변해서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제공하며 지금까지의 교육 소외 행태를 합리화하는 수단이 된다. 심지어 이러한 변화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를 시대에 뒤처진 낙오자로 몰아세우며 대학의 공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대학원에서의 교육은 그동안 연구 과제 수행 과정에서 얻어지는 일종의 '부산물'처럼 취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체계적인 커리큘럼보다는 노동 현장에서 부수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환경이었기에, AI의 등장은 그나마 유지되던 도제식 교육마저 끊어놓고 있다. 학생들은 연구의 전체 맥락을 파악하기보다 컨베이어 벨트의 부품처럼 협소한 영역의 작업만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학생이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기회는 사라지고, 대학은 오로지 우수 학술지 게재라는 수치에만 집착하게 된다.결국 AI로 인한 대학의 위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주체의 선택 문제로 귀결된다. 대학에서 교육을 삭제하고 싶은 이들이 AI라는 도구를 앞세워 자신들의 계획을 관철하고 있는 셈이다. 고등교육기관이 사회적 목적을 다하기 위해서는 실적 지상주의에 저항하고 배움의 가치를 복원해야 한다. 연구 성과가 곧 교육의 질이라는 안일한 가정을 버리고, 학생이 연구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재구축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3대 교원단체, 교육부 스승의 날 행사 보이콧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부가 마련한 기념 행사가 주요 교원단체들의 불참 속에 치러지게 됐다.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 문제로 교사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교육부가 충분한 협의 없이 ‘교육 회복’을 내세운 공동 선언을 추진한 것이 갈등의 불씨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교육계에 따르면 한국교총과 교사노조, 전교조 등 3대 교원단체는 15일 열리는 교육부 주최 스승의 날 기념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들 단체뿐 아니라 실천교사모임 등 여러 교육 관련 단체를 초청했지만, 주요 단체들이 모두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행사의 의미가 크게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스승의 날 기념식은 그동안 교육 발전에 기여한 교사들을 격려하고 포상하는 자리로 운영돼 왔다. 특히 1982년 스승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교육부와 교총이 함께 행사를 열어왔지만, 올해는 양측이 별도 행사를 진행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교원단체들이 반발한 핵심 배경은 교육부가 추진했던 ‘교육 회복을 위한 공동 선언’이다. 교육부는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로 위축된 학교 현장을 회복하자는 취지로 선언을 준비했지만, 교원단체들은 선언문 내용에 대한 충분한 사전 논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교육부 장관과의 면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행사 참석과 선언 동참을 요구받았다는 점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교사들 사이에서는 “스승의 날은 교사를 격려해야 하는 날인데, 정부가 오히려 교사들에게 또 다른 다짐을 요구하는 모양새”라는 반응이 나온다. 일부 단체 관계자들은 현재 학교 현장이 형식적인 행사에 참여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교육부는 당초 교권 침해 문제에 대한 현장 의견을 듣고 대책을 논의한 뒤 공동 선언까지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단체들과의 협의가 원활하지 않아 행사를 토크 콘서트 중심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보이콧은 교육부에 대한 교사 사회의 누적된 불신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있다. 앞서 교육부는 교권 보호 대책을 발표했지만, 일부 교원단체가 요구해 온 교권 침해 사안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등은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최근 현장 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을 둘러싼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교사들의 책임 부담을 가볍게 본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번지며 현장 분위기는 더욱 악화됐다.교사들의 직업 만족도 역시 낮은 수준이다. 교사노조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사 71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은 최근 1년간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사직을 고민한 가장 큰 이유로는 학부모 등의 악성 민원이 꼽혔다. 또 상당수 교사는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교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스승의 날을 앞두고 일부 교육청이 청탁금지법 위반 가능성을 이유로 학생이 준비한 케이크를 교사와 나눠 먹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안내를 했다가 반발을 산 일도 교사들의 박탈감을 키웠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가 학생의 감사 표현마저 조심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전문가들은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는 이유가 단순한 처우 문제가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자부심과 보람이 약해진 데 있다고 본다. 교권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교사가 존중받는 학교 문화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시사라운지 보도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