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 개발, 농촌이 쓰레기장인가

 현대 건설의 필수 자재인 골재를 얻기 위해 산을 깎아내는 석산 개발이 농촌 마을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전북 정읍시 옹동면은 인구 1,600여 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이미 5곳의 채석장과 각종 폐기물 처리업체에 둘러싸여 거대한 산업 단지처럼 변해버렸다. 주민들은 발파로 인한 건물 균열과 덤프트럭의 소음, 미세한 돌가루가 날리는 일상을 견디며 고립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주민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린 장벽은 행정기관과 업체가 쌓아 올린 정보의 폐쇄성이었다. 사업자가 제출한 계획서나 저감 대책은 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철저히 가려졌고, 주민들은 자신의 집 앞에서 벌어지는 공사의 구체적인 내용조차 알 권리를 박탈당했다. 간신히 열람이 허가되더라도 복사가 금지되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어렵게 만드는 등 행정 절차는 철저히 주민을 배제한 채 운영되었다.형식적인 주민설명회 역시 갈등을 키우는 기폭제가 되었다. 업체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설명회를 마쳤다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으나, 정작 해당 마을 주민들은 사업 연장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사진 속 인물들은 마을과 무관한 외부인들로 채워지는 등 법적 요건을 갖추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주민들은 우연히 면사무소에 들렀다가 사업 소식을 듣게 되는 등 정보의 사각지대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인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산지관리위원회의 현장 점검 과정에서도 주민의 목소리는 지워졌다. 점검 일정이 당일 갑자기 변경되거나 사유지라는 이유로 주민들의 출입이 통제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주민 대표가 끈질긴 항의 끝에 참관권을 얻어내지 못했다면, 위원회는 "주민 반대가 없다"는 업체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토대로 사업을 승인했을 가능성이 컸다. 행정의 감시 기능이 마비된 자리를 주민들의 처절한 발품이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악취 문제 역시 주민들이 직접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겨졌다. 가축분뇨처리장이 폐기물 재활용 시설로 업종을 변경하면서 발생한 지독한 악취에 아이들은 운동장을 잃었지만, 지자체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주민들에게 직접 모니터링을 맡겼다. 주민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수치를 확인하고 공무원을 호출하며 새벽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지켰다. 관리 감독의 주체여야 할 행정이 오히려 주민들에게 감시의 의무를 전가하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고착화되었다.옹동면환경연대의 투쟁은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행정의 태도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제도적 보완의 시급성도 일깨워주었다. 선출직 공직자가 누구냐에 따라 주민의 환경권이 널뛰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강력한 조례 제정이 필수적이다. 주민들은 이제 개인의 선의에 기대는 투쟁을 넘어, 환경 피해가 예상되는 사업의 정보를 사전에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법적 장치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국방부, K-자폭드론 조기 배치

 국방부가 현대전의 핵심 병기로 부상한 드론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형 장거리 자폭 무인기인 'K-LUCAS'의 전력화 시기를 대폭 앞당기기로 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당초 2030년대 중반으로 예정됐던 자폭 무인기 배치 계획을 2030년 이전으로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 전쟁에서 저비용 고효율 무기체계인 드론이 적의 고가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양상을 반영한 결정으로, 우리 군의 타격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군 당국은 자폭 드론 외에도 근거리 정찰 및 소형 자폭 드론 등 소모성 드론 2만 대를 2030년까지 확보할 방침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군집 드론 등 차세대 전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며, 단기적으로는 전방 접적 지역에 대드론 체계를 우선 배치해 북한 무인기 위협에 대응한다. 특히 성능이 검증된 민간 상용 장비를 내년부터 야전에 즉시 투입하는 등 획득 절차를 간소화하여 전력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레이저와 고출력 마이크로파를 활용한 지향성 에너지 무기 개발도 병행한다.이번 정책의 핵심 중 하나는 지난 정부 시기 창설된 드론작전사령부의 전면적인 개편이다. 국방부는 기존 드론작전사령부를 정책 및 획득 지원 전문 조직인 '국방드론본부'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는 창설 당시 제기됐던 각 군과의 임무 중복 문제를 해결하고, 실질적인 작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드론사가 보유했던 작전권은 각 군으로 분산되며, 조직은 소장급이 이끄는 국방부 직속 본부 체제로 재편되어 산업계 및 기관과의 협력을 전담하게 된다.드론작전사령부 해체에 따라 예하 부대 인력과 장비는 각 군 특성에 맞춰 재배치될 예정이다. 활주로 운용이 필수적인 중고도 정찰용 무인기(MUAV)는 공군이 관할하며, 나머지 전력들도 감시와 타격 임무에 따라 육·해·공군 및 해병대로 복귀한다. 국방부는 이를 통해 특정 부대에 집중됐던 드론 운용 권한을 각 군으로 넓혀, 모든 군이 감시와 타격 작전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첨단 전력의 신속한 도입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추진된다. 국방부는 민간의 우수한 기술을 군에 실증한 뒤 즉각 도입할 수 있도록 '신속획득체계' 구축을 위한 법 제정에 나선다. 상용 드론을 군용으로 전환하는 인증 체계를 간소화하여 기술 발전 속도에 발맞춘 전력 확보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기존의 경직된 무기 획득 절차로는 급변하는 드론 기술과 전장 환경 변화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지적을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국방부는 모든 장병이 드론을 개인화기처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50만 드론 전사' 양성 계획을 구체화했다. 이를 위해 교육용 상용 드론 6만여 대를 현장에 보급하여 장병들의 숙련도를 높일 예정이다. 국방부는 현재 일부 부대에 국한된 드론 운용 체계를 전 군으로 확산시켜 각 군이 고유의 임무에 최적화된 드론 전술을 발전시키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국방드론본부는 신설 직후 각 군의 소요를 발굴하고 획득을 지원하는 실무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미국도 주목한 이란 실세, 갈리바프의 질주

 이란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살아남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종전 협상의 전면에 나서며 중동의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고 있다. 지난 21일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열린 4자 회담에 참석한 그는 이번 전쟁의 결말을 사실상 이란의 승리로 규정하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갈리바프는 협상장을 전장의 연장선으로 정의하고, 군사적 성과를 외교적 실리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그를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군으로 분류하며 핵심 대화 상대로 예우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그의 달라진 위상을 방증한다.갈리바프는 이란 권력 구조 내에서 군사와 행정, 정치를 두루 섭렵한 보기 드문 이력을 소유하고 있다. 18세의 나이에 혁명수비대에 입대해 이란·이라크 전쟁을 겪으며 지휘관으로 성장한 그는 항공우주군 사령관 시절 이란 미사일 전력의 토대를 닦은 인물이다. 동시에 테헤란대학교에서 정치지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학구적인 면모를 갖췄고, 경찰청장과 테헤란 시장을 거치며 조직 현대화와 행정 능력을 입증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그는 강경파 군인이면서도 실리를 챙길 줄 아는 '테크노크라트 군인'으로 불린다.그의 정치적 자산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의 깊은 신뢰 관계에서 비롯된다. 1999년 대학생 시위 당시 강경 진압의 선봉에 서며 하메네이의 눈도장을 찍은 그는 이후 경찰청장으로 발탁되어 체제 수호의 핵심 축이 되었다. 비록 여러 차례 도전했던 대통령 선거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하메네이는 그를 국회의장으로 복귀시키며 권력의 중심부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비호했다. 각종 부패 스캔들과 가족 논란 속에서도 그가 건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최고지도자실과의 끈끈한 유대감에 있다.갈리바프가 주도하는 이란의 새로운 전략은 '호르무즈 해협의 주권 확립'으로 요약된다. 그는 귀국길 인터뷰를 통해 해협의 관리 체계가 결코 전쟁 이전의 자유 통행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이란 의회는 이미 선박 통행료 징수와 항로 지정을 골자로 한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이는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20%가 지나는 급소를 이란이 직접 통제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전쟁을 통해 확인한 지정학적 지렛대를 경제적 실리로 연결하겠다는 계산이다.국제사회는 갈리바프가 제시한 '유료화 카드'가 가져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종전 양해각서 체결 이후 주어진 60일간의 유예 기간이 지나면 이란은 본격적으로 통행료를 부과할 기세다. 이는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중동 내 해상 패권을 이란이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미국 역시 전쟁의 종결을 위해 갈리바프와의 협상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의 사유화가 불러올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대해 깊은 고심에 빠진 모양새다.갈리바프의 행보는 이제 개인의 대권 욕구를 넘어 이란이라는 국가의 생존 전략과 직결되고 있다. 혁명이 만든 소년에서 전쟁이 키운 권력자로 성장한 그는 이제 중동 질서 재편의 설계자로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받고 있다. 그가 설계한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규칙이 국제 규정과 충돌하며 어떤 갈등을 빚어낼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가 이란의 차기 최고 권력자로 등극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시선이 테헤란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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