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들어 가는 농심, 소방차 물줄기로 버틴다

 바짝 마른 논바닥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진 경남 함안군 군북면의 들녘에 붉은색 소방 급수차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12일 오전, 전국의 소방서에서 차출된 급수차들이 긴 호스를 풀고 물줄기를 쏟아내자 먼지가 풀풀 날리던 흙바닥이 비로소 검게 젖어 들었다. 평생 흙을 일궈온 노령의 농민들은 소방대원들의 손을 맞잡으며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 논의 균열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방차가 실어 나르는 6,000리터의 물은 타들어 가는 농심을 달래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기 때문이다.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수십 년 농사 인생 중 이토록 지독한 가뭄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매년 반복되는 계절적 물 부족과는 차원이 다른 위기감이 마을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급수 지원을 받은 농민들은 당장의 고비는 넘겼다며 안도하면서도, 호스에서 나오는 물줄기가 멈추면 다시 시작될 갈증에 근심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벼가 한창 자라야 할 시기에 용수 공급이 끊기면서 올해 수확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공포가 농촌 현장을 잠식하고 있었다.경남의 가뭄 상황은 이미 지자체의 대응 한계를 넘어선 상태다. 소방청은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전날 밤을 기해 경남 지역에 국가소방동원령을 전격 발령했다. 이는 특정 지역의 재난이 자체 소방력만으로 해결 불가능할 때 내려지는 최후의 보루와 같은 조치다. 가뭄을 이유로 전국의 소방 인력과 장비가 한곳으로 집결한 것은 지난해 강원 강릉 사례 이후 역대 두 번째다. 불과 1년 만에 다시 발령된 동원령은 기후 위기가 농촌의 일상을 얼마나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현재 경남의 수자원 상황은 최악의 지표를 기록하고 있다. 도내 평균 저수율은 33.5%까지 떨어져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으며, 함양군을 제외한 17개 시·군에 농업용수 비상 단계가 적용됐다. 특히 밀양과 거제, 함안은 가뭄 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 등급으로 분류되어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실정이다. 이날 하루에만 경남 전역의 14개 시·군 현장에 소방 인력 400명과 급수차 200대가 투입되어 쉴 새 없이 물을 실어 날랐지만,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낸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농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벼의 생육 부진이다. 제때 물을 공급받지 못한 벼는 이삭이 제대로 맺히지 않거나 쭉정이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소방차를 동원한 응급처치식 급수는 논바닥의 균열을 잠시 메울 수는 있어도, 광활한 농지를 적시고 작물을 살려내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농촌 현장에서는 이러한 임시방편 대신 대형 저수지 확충이나 스마트 관개 시스템 도입 등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가뭄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소방차가 실어 온 물로 갈라진 논바닥은 잠시 물기를 머금었지만, 하늘은 여전히 야속할 정도로 맑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농민들은 저수지를 가득 채우고 타들어 가는 벼를 살려낼 단비가 내리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며 메마른 들녘을 지키고 있다. 국가소방동원령이라는 초강수까지 동원된 이번 경남 가뭄 사태는 기상 이변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당장 우리 식탁과 농촌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임을 극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이재명 vs 김영훈, 국무회의서 노란봉투법 충돌

 노란봉투법의 적용 범위를 둘러싼 정부 내 파열음이 심상치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명백한 사례들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명시하라고 고용노동부에 다시 한번 강력히 주문했다. 이는 법률이 정한 쟁의 범위를 행정부가 어디까지 구체화할 수 있느냐는 해법을 놓고 대통령실과 주무 부처인 노동부 사이의 시각차가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이다. 대통령은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실무 부처는 상위법의 위임 없이 하위 법령을 개정하는 것에 대한 법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대통령의 지시는 지난달에 이어 벌써 두 번째다. 이 대통령은 노동쟁의의 경계가 모호해 산업 현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동부가 기존에 고수해온 '해석지침 보완' 방식에 대해 이는 단순한 의견일 뿐 법적 구속력을 갖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행정부가 입법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법률 시행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정하는 고유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논리다.하지만 국무회의 석상에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법리적 한계를 직접 언급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노란봉투법 본문에 시행령으로 위임한다는 별도의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쟁의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을 경우, 향후 법적 분쟁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법률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라면 위임 규정이 없더라도 행정 입법이 가능하다며 정면으로 맞섰다. 결국 장관이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해 추가 검토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노동부의 정책 방향은 급격한 선회를 맞이하게 됐다.논란의 핵심은 노란봉투법에 새롭게 포함된 '사업경영상 결정'이라는 문구다. 개정안은 노동쟁의의 범위를 근로조건뿐만 아니라 경영상의 판단까지 넓혀 놓았는데,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사업 재편이 어느 선까지 쟁의 대상이 되는지가 노사 간의 최대 쟁점이다.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쟁의 불가능 사안을 열거하게 되면, 이는 사실상 법이 허용한 노동권을 행정부가 임의로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영계는 명확한 기준 마련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법적 근거가 약한 시행령은 언제든 사법부의 판단에 의해 뒤집힐 위험을 안고 있다.노동계는 이번 사태를 정부의 '월권행위'이자 '재계 편들기'로 규정하고 총력 투쟁을 선포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의 취지를 시행령으로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위법 소지가 다분한 시행령을 밀어붙여 놓고 나중에 법원에서 다투라는 식의 태도는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노동계는 이번 조치가 강행될 경우 대규모 집회와 파업을 통해 강력히 저항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용노동부는 대통령의 지시를 반영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의 법적 실효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행정해석을 넘어 법령에 쟁의 제외 대상을 명시하는 방안이 검토 대상에 오르면서, 향후 입법부와의 충돌도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가 마련할 시행령의 내용이 법률이 허용한 쟁의의 경계를 어디에 긋느냐에 따라 노사관계의 향방은 물론, 현 정부의 노동 정책 전체에 대한 평가가 갈릴 전망이다. 법치주의와 행정 편의주의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산업 현장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폭염에 갇힌 충청 U대회, 안전 예산 확보가 관건

 내년 여름 충청권 전역에서 열리는 '2027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가 개최 시기를 둘러싼 폭염 리스크로 인해 비상등이 켜졌다. 대회가 연중 기온이 가장 높은 8월 1일부터 12일 사이에 편성되면서, 자칫 과거 새만금 잼버리 당시 겪었던 온열질환자 속출과 운영 파행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회 조직위원회는 폭염 대비를 위한 냉방 시설 확충과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370억 원 규모의 추가 운영비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정부와 지자체 간의 예산 분담 논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조직위가 요구하는 추가 예산은 물가 상승분 반영과 더불어 안전 관리 강화에 집중되어 있다. 이번 대회는 대전과 세종, 충남북 등 4개 시도에 경기장이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어 선수단 수송과 자원봉사자 운영에만 막대한 비용이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양궁과 육상, 비치발리볼 등 6개 종목이 야외에서 치러지는 만큼, 선수와 관람객을 위한 그늘막 설치와 쿨링 용품 지급 등 세밀한 폭염 대책이 필수적이다. 조직위 측은 예산 확보가 무산될 경우 행사 규모 축소나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대회 전체 예산 5,632억 원 중 운영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상회한다. 조직위는 이 중 10% 수준의 증액을 희망하고 있으나, 예산의 70%를 분담해야 하는 4개 시도의 재정 여건은 녹록지 않다. 세종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는 세수 부족 등 하반기 재정 악화로 인해 기존 분담금 마련조차 버거운 실정이다. 추가 운영비가 확정될 경우 지자체가 짊어져야 할 지방비 부담이 더욱 늘어나게 되어,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지역 재정에 심각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현장에서는 잼버리 사태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시 폭염 대응 실패와 위생 시설 관리 부실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크게 실추시켰다. 충청 유니버시아드 역시 세계 150여 개국에서 1만 5,00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이 참가하는 국제 행사인 만큼, 작은 준비 부족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직위는 단순한 경기 진행을 넘어 참가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철저한 매뉴얼 마련과 예산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정부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다행히 경기장 건설과 리모델링 등 시설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전체 22곳의 경기장 중 신축되는 3곳은 계획 공정률을 웃돌며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순항하고 있다. 홍성 국제테니스장과 청주 다목적실내체육관 등 주요 시설들은 리모델링 공사와 함께 막바지 점검에 들어갔다. 하드웨어 측면에서의 준비는 일정대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대회의 성패를 가를 소프트웨어인 운영 시스템과 안전 대책은 여전히 예산이라는 문턱에 걸려 있는 셈이다.결국 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성공 여부는 남은 1년 동안 얼마나 실효성 있는 폭염 대책을 수립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해 매년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갱신되는 상황에서, 과거의 기준에 맞춘 준비는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충청권 4개 시도가 머리를 맞대고 재정적 난관을 돌파해 참가 선수들이 안전하게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잼버리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범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시사라운지 보도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