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여학교 참사 책임 사실상 인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 개전 초기에 발생한 여학교 공습 참사와 관련해 미국의 책임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사건에 대한 미국의 과실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법"이라며 전쟁의 참혹함을 강조했다. 이는 그동안 공습의 주체가 미국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부인해온 행정부의 기존 태도에서 한발 물러선 변화로 풀이된다.논란이 된 사건은 지난 2월 28일 이란 미나브 지역의 한 여자 초등학교가 폭격을 당하며 시작됐다. 당시 이 공습으로 어린이들을 포함해 최소 175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발생했다. 사건 직후 이란 당국은 미국의 소행임을 주장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이란 측의 조작이라고 반박하며 팽팽히 맞서왔다. 그러나 국제 사회의 거센 비판 속에 미군 내부에서도 표적 설정 오류로 인한 오폭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진실 공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 국방부가 해당 사안을 정밀 조사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조사 결과의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한 채 모든 답변의 공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넘기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종전 협상이 진행 중인 민감한 시기에 과실을 전면 인정할 경우 발생할 정치적 파장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전쟁은 끔찍한 일"이라는 그의 덧붙임은 사실상 미군의 개입을 시사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앞서 미 중부사령부는 의회 보고를 통해 해당 학교가 이란의 미사일 기지와 인접해 있어 조사가 복잡한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군 전문가들은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 기지를 타격하는 과정에서 정밀 유도 무기가 오작동했거나 정보 오류가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러한 정황 속에 나온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미국의 책임을 부인해온 그간의 논리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이번 발언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책임을 인정하는 데 가장 근접한 언급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이란의 소행임을 단언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온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상당한 외교적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특히 인도주의적 참사에 대한 미국의 책임론이 거세질 경우, 최근 합의된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 과정에서도 이란 측에 유리한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공화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이번 발언은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마무리 짓고 경제적 안정을 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실리적 외교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과거의 실수를 일부 인정하더라도 전쟁을 조기에 종결짓는 것이 차기 선거와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175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참사에 대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라고 표현한 것에 대한 도덕적 비판은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광주도서관 붕괴, 발주청도 방치… 경찰 "끝까지 수사"

 지난해 말 4명의 사망자를 낸 광주 대표도서관 신축 현장의 붕괴 사고는 공사 전 과정에서 안전 수칙을 무시한 총체적 부실이 빚은 인재로 판명됐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18일 중간 수사 결과를 통해 시공과 감리, 발주청 관계자 등 총 40명을 입건하고 이 중 책임이 무거운 11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주요 접합부의 용접 불량을 지목하며, 현장에서 품질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수사 결과에 따르면 시공사는 공사 기간 단축과 편의를 위해 설계 도면을 무단으로 변경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원래대로라면 공장에서 정밀하게 이뤄져야 할 접합부 용접을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현장 용접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구조물에는 필수적인 철근이 누락되거나 용접량이 기준치에 크게 못 미쳤으며, 심지어 숙련되지 않은 무자격 용접공들이 현장에 투입되어 구조물의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사실이 드러났다.더욱 충격적인 점은 시공사가 공사 과정에서 이미 부실 징후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비파괴검사 결과 다수의 용접 불량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공사는 전체적인 전수조사나 보강 조치 없이 공사를 무리하게 강행했다. 사고 당시 구조물에 가해진 무게는 설계 기준보다 낮았으나,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용접 부위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파괴되면서 도미노처럼 연쇄 붕괴가 일어난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현장의 안전 관리 체계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되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구조물 하부의 출입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작업자들이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됐다. 또한 공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일부 공정을 불법적으로 재하도급 준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이러한 불법 행위들은 결국 현장의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감리단과 발주청의 방관도 화를 키웠다. 현장을 감독해야 할 감리단은 설계와 다르게 진행되는 시공 상황과 용접 부실을 알고도 공사 중지 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업을 발주한 공공기관 관계자들 역시 부실 공사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며 사실상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관리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발주청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진행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경찰은 이번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부조리를 뿌리 뽑기 위한 후속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사고 현장에서 드러난 불법 재하도급과 무자격 시공 행위가 다른 공사 현장에서도 만연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족들의 슬픔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이번 수사 발표가 건설업계 전반에 경종을 울리고 안전한 시공 환경을 조성하는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K-방산, 878조 유럽 안보 공백 메운다

 유럽 대륙의 안보 지형이 급변하는 가운데 파리에서 막을 올린 유로사토리 2026 전시회는 한국 방산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전초기지가 되고 있다. 현대위아는 이번 행사에서 기동성과 화력을 동시에 잡은 경량화 105㎜ 자주포를 전면에 내세웠다. 소형 전술 차량에 탑재된 이 화포는 신속한 전개와 철수가 가능해 현대전의 핵심인 생존성을 극대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아울러 인공지능 기반의 자동 추적 기능을 갖춘 원격 사격 통제 체계와 K2 전차 및 K9 자주포용 핵심 부품들을 대거 선보이며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을 향한 수출 저변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현대로템은 드론 위협이 일상화된 전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AI 기반 무인 포탑형 대드론 다층 방호 체계를 공개하며 기술적 우위를 증명했다. 이 시스템은 적 드론을 식별하고 분석하는 전 과정을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수행하며, 전파 교란 방식인 소프트킬과 직접 요격하는 하드킬을 복합적으로 운용해 방어력을 높였다. 레이더와 정찰 드론으로 원거리에서 위협을 탐지한 뒤 실시간으로 위험 수준을 분류해 대응하는 이 기술은 향후 전차와 장갑차는 물론 각종 무인 차량의 생존력을 높이는 핵심 솔루션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기아 역시 군용 지휘차로 변신한 타스만을 필두로 경형부터 대형을 아우르는 특수 차량 라인업을 구축해 유럽 시장의 눈도장을 찍었다. 타스만 군용 차량은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에 등화 관제와 무전기 등 군 작전에 필수적인 특수 사양을 완벽히 통합해 작전 수행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소형 전술차 카고 모델과 차세대 중·대형 표준차 모형까지 전시하며 다양한 작전 환경에 최적화된 이동 수단을 제안한 기아는, 유럽 각국의 군용차 교체 수요를 겨냥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한국형 군용 차량의 위상을 높였다.현재 유럽 방산 시장이 한국 기업들에 기회의 땅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미국의 안보 정책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나토와의 갈등 끝에 전략 자산 지원을 축소하기로 했으며, 이는 유럽 안보에 상당한 공백을 야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러시아의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발을 빼자, 유럽 국가들은 방산 자립을 위해 약 878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안보 위기 속에서 신속한 공급 능력과 검증된 성능을 갖춘 한국 무기 체계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했다.국내 방산 기업들은 현지 업체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유럽 시장 안착을 꾀하고 있다. LIG D&A는 독일의 라인메탈 에어디펜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나토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한 첨단 방공 시스템 공급 협력을 공식화했다. 이는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유럽 방산 생태계의 일원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비어버린 유럽의 무기 창고를 채우려는 수요와 미국의 지원 감소가 맞물리면서, 한국 방산업계는 유례없는 대규모 수출 기회를 맞이하고 있으며 이는 기술 협력과 공동 생산 등 다양한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미국 중심의 안보 체제에 균열이 생기면서 유럽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생산자로의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이란 전쟁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과의 갈등은 유럽 국가들이 무기 체계 국산화와 국방 예산 증액을 가속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미국의 F-16 전투기와 해상 정찰기 등 주요 전력이 감축되는 상황에서 유럽은 독자적인 방어망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전환기 속에서 한국 방산은 AI와 무인화라는 미래 지향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 안보의 새로운 파트너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져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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